실패없는 스타트업이 되는법 #1
스타트업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챙겨 둬야 할 질문 7가지

스타트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 확인·공시 시스템 ‘벤처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새로 문을 연 벤처기업 수는 7,220개. 그러나 1년 이상 생존한 곳은 전체의 60%에 불과했고, 2년이 지나면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큰 꿈을 갖고 도전한 이들이 쉽게 무너진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에선 미성숙한 벤처 생태계와 함께 창업가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꼽는다. ‘장밋빛 기대’만 갖고 성급하게 도전했다는 것.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 창업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국내외 업계 종사자들의 조언을 토대로 정리해보았다.




대다수 창업가는 기존에 한 번 경험해봤거나 본인이 진짜 열정을 가진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경험이 많을수록 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열정이 있어야 사업을 이어나갈 원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온라인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다’의 이혜민 대표는 “대출 등 금융 문제는 내가 실제 불편함을 느꼈고 주변 지인과도 자주 고민했던 분야”라면서 “자신의 생활과 동떨어진 아이템으로 창업한다면 현장 문제를 파악하고해결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스타트업계에서 각광받는 분야는 전자상거래나 O2O(온·오프라인 연계) 등 정보통신기술(ICT) 영역.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 분야도 지난해 ‘알파고 열풍’ 이후 새로운 미래 기술로 주목받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최근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을 이끌 콘텐츠산업 10대 트렌드’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화두가 됐다.


다만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야만, 또는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케이션으로 집안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기 ‘스위처’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선발주자들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기 배선을 건드려야만 했던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해결했을 뿐이다. 이 아이디어 하나로 스위처 개발업체 ‘아이오’는 중소기업청 ‘팁스’(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자금 지원을 받았고, 최근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월례 행사 ‘디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임남규 아이오 대표는 “사용자들이 느끼고 있던 사소한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창업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업프론트 벤처스’의 마크 수스터 파트너는 자신의 블로그 기고문을 통해 “지금 주어진 문제가 무엇인지, 기존 경쟁자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선발주자들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기 위해서다. 마크는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시장이 너무 작으면 사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며 “목표로 한 시장이 얼마짜리인지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1년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비요른 허먼은 미국 내 3,200개 스타트업의 성장단계를 분석하는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영업이익을 내고 사업확장이 가능한 정도의 제품·서비스를 만들기까지는 창업자의 초기 예상보다 2~3배 긴 시간이 걸렸다. 상당수 기업은 이익이 나기까지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스타트업계에선 의미 있는 매출이 나는 시점을 창업 후 6개월~2년 정도로 본다. 들어오는 돈이 없는 이 기간을 버텨내려면 창업 전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임차료나 인건비, 초기 개발비 등을 산정해 최소 6개월은 매출 없이 버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기 힘으로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정부나 관련 기관의 지원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마트줄자 ‘베이글’을 개발한 업체 ‘베이글랩스’는 사업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법인 설립 전 경기도의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했고, 덕분에 창업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는 “중소기업청이나 지방자치단체, 창업진흥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신의 창업 아이템에 맞는 사업을 골라 도전해보는 것도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전자상거래 등 사업 초기부터 매출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투자보다는 은행 대출 등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좋다.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고 추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제품 개발 등으로 초반에 목돈이 필요한 곳이라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VC)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말은 간단하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고객과 시장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경쟁자들과는 어떤 차별점을 보일 수 있는지 투자자 앞에서 어필하면 된다. 잠재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목표 시장과 그 안의 경쟁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투자자의 마음을 열 수 있다. 국내 최초 벤처기업 육성 기관(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이정훈 팀장은 “IR(기업설명활동)시 고객 재방문율 등 시장과 고객에 대한 검증된 결과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팀 구성도 중요하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역경을 함께 헤쳐나갈 이른바 ‘케미’를 갖췄는지가 관건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최윤이 투자심사역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재무제표상 수치가 없기 때문에 팀을 볼 수밖에 없다”며 “팀을 만들게 된 배경과 각 팀원의 과거 경험, 각자 맡은 역할과 협력 의지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라고 밝혔다.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마케팅이나 시장 선점, 인력 보충 등이 필요한 스타트업이라면 시리즈 단계의 후속 투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후속 투자자를 설득하려면 그동안의 성장 과정을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가사도우미 O2O 중개 서비스 ‘와홈’의 이웅희 대표는 “투자자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첫 투자금 어디다 썼냐’, ‘그 돈으로 뭘 이뤄냈냐’다”라며 “그 질문에 정확한 수치로 답할 수 있어야 투자자도 안심하고 돈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당기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은 못 나오더라도 매출이 충분히 나오고 있다거나 매달 몇 퍼센트씩 성장하고 있다는 그림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기존에 투자를 받았던 VC에게 후속 투자를 요청하거나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새 투자자를 소개받는 방법도 있다. 이혜민 대표는 “기존 투자자는 내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이해하고 있고 그동안의 사업 과정도 알고 있어 새로 투자를 진행하기도 수월하다”며 “이를 위해선 첫 투자자와 돈만 받고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디어 유출이다. IR 등의 자리에서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가 경쟁업체에 노출되거나, 대기업과의 업무 제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뺏겨 법적 분쟁을 치른 사례가 여럿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비밀유지계약서(NDA)를 미리 작성해두는 것이 좋은데, 사업상 ‘을’의 입장인 스타트업이 이를 먼저 제안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업계에선 투자유치 과정이 길어지거나 VC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계약서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IR 발표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공개돼 특허 침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며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으로 무장해 사업 초기부터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둔다면 스타트업의 투자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비밀유지계약서에는 비밀 정보의 범위, 정보의 사용 용도, 비밀유지 의무, 관련 권리의 귀속 주체,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계약서 작성이 어렵다면 특허청 산하 한국특허정보원이 제공하는 ‘영업비밀 표준관리시스템’에서 영업비밀 관리실태 진단, 교육, 시스템 구축 등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창업자가 한 명 이상일 경우 대표이사가 단 1%라도 지분을 더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 중심의 지분구조가 확립되지 못하면 의사결정이 복잡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리더십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각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대표이사를 맡는 창업자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VC는 “공동창업자 간 다툼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사업 방향을 못 잡는 경우도 있다”며 “스타트업은 빠른 사업 속도가 생명인 만큼 대표 창업자가 지분을 51% 이상 갖고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시리즈 투자를 통해 초기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웅희 대표는 “투자를 유치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공동창업자들의 지분 문제”라며 “사업에 대해 같은 비전을 갖고 있는 만큼 공동창업자들의 지분 합계가 전체의 50%를 넘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건 환경도 돈도 아닌, 그 사람의 ‘생각’이죠.” 미국의 전자결제 시스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지난 2015년 방한한 자리에서 남긴 말이다. 창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고 많은 투자를 받았다고 해도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창업자 자신의 몫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과도한 자기 확신’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아이디어나 시장 크기, 회사 운영 등에 관한 창업자의 고집이 사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배리 스토 UC버클리 경영학대학원 교수는 “창업가는 ‘몰입의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토 교수는 “일부 창업가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자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며 “나중에 그것이 잘못됐다는 증거가 나와도 멈추지 않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저서 ‘기브 앤드 테이크’에서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고 바로 잡을 용기가 없다는 것. 그랜트 교수는 “창업자들은 첫 결정에 대한 미련과 과도한 자기 확신 때문에 실패한다”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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